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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세 아이 아침 7시에 맡겨도 든든” HD현대 어린이집은 하루 네 끼가 유기농 [0.7의 경고, 함께돌봄 2024]
판교 GRC 어린이집 ‘드림보트’ 둘러보니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 있는 HD현대의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에서 아이들이 놀이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제공]

[헤럴드경제(성남)=김은희 기자] 최근 찾은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GRC)의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Dream Boat)’. 오전 7시를 겨우 넘긴 어둑한 시간에도 아이를 품에 안은 HD현대 임직원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대다수 아이는 엄마·아빠와의 짧은 이별이 아쉽지 않은 듯 익숙하게 드림보트로 승선, 아니 등원했다.

이곳 드림보트에는 만 0세부터 만 5세까지 203명의 영유아가 먹고 자고 놀며 자라고 있다. 유연근무제로 이른 출근을 하는 직원부터 어쩔 수 없는 야근을 해야 하는 직원까지 육아 걱정을 온전히 덜어주기 위해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다.

연면적만 2222㎡, 2개층에 걸쳐 14개 보육실과 6개 놀이실을 갖추고 있다 보니 200명이 넘는 아이를 수용하고 있음에도 내부 공간은 여유로웠다. 이날 둘러본 드림보트는 어린이집답게 시끌벅적했다. 또래 친구와 어울려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생기가 넘쳤다.

지난 12일 이른 아침 HD현대 임직원들이 아이들과 함께 사내 어린이집인 드림보트에 들어서고 있다. [김은희 기자]

물론 도서관보다 조용한 곳도 있다. 바로 0세 아이를 위한 공간이다. 드림보트에 다니는 만 0세 영아는 전체 원아의 10%가 넘는 24명이다.

보통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쓰고 즉각 복직할 때 아이를 돌봐줄 주변 사람이 없으면 어린이집을 보내게 되는데 이때 아이가 만 0세다. 수요가 많지만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데다 안전사고 등의 위험성도 커 0세반을 운영하지 않거나 소규모로만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대부분인데 드림보트는 0세반을 오히려 늘렸다. 판교에 있는 비슷한 규모의 직장 어린이집을 모두 보더라도 스무명 이상의 0세 영아를 돌보는 어린이집은 드림보트가 유일하다.

이는 HD현대가 어린이집 운영에 얼마나 진심인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1년 전 드림보트 개원 당시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직원의 큰 고민거리인 육아문제 해결에 작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며 “드림보트가 우리 사회의 저출산과 경력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 외부에 마련된 ‘드림 놀이터’ [김은희 기자]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 내 ‘냠냠식당’의 모습. 드림보트는 하루 네 끼의 유기농 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 [김은희 기자]

비가 내린 이날은 야외활동이 없었지만 평소에는 GRC 뒤편에 있는 드림 놀이터와 인근 잡월드에 마련한 텃밭, 야외놀이터를 이용해 놀이활동을 한다고 어린이집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루 네 끼 제공되는 유기농 식사는 드림보트의 큰 장점 중 하나다. 저녁 식사를 해결하고 하원할 수 있다는 점을 특히 직원들이 만족해한다는 전언이다. 0세 아이를 위한 이유식을 포함해 성장기 영유아에게 필요한 영양을 갖춘 매일 다른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식사도 무료다.

통상 보육의 질을 평가하는 척도로 여겨지는 교사 대 아동 비율도 낮은 편이다. 0세반은 아이 2명당 교사가 1명이고 최고참인 만 5세 아이도 7~8명 정도를 교사 1명이 챙기고 있다. 교사 1명이 담당하는 아동의 비율을 법적 기준보다 최대 40% 낮춤으로써 아이 한 명 한 명을 꼼꼼하게 챙기고자 했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상 어린이집의 교사 1인당 아동 비율은 만 0세가 3명, 만 5세는 20명이다.

보육의 질을 위해 HD현대가 신경 쓰는 또 다른 부분은 교사의 처우다. 좋은 선생님이 있어야 아이도 즐겁다는 차원에서다. 하루 15시간이라는 긴 운영 시간만 보면 업무 부담이 클 법도 하지만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교사를 충분히 채용해 부담을 덜었고 좋은 처우로 근무 만족도도 높였다. 현재 근무하는 교사 59명 중 30명은 개원 초기부터 함께하고 있는 원년 멤버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드림보트는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이 주최하는 ‘2023년 직장어린이집 더(THE)-자람 보육공모전’ 우수운영사례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드림보트 관계자는 “대부분 맞벌이 부부로 두세 명의 자녀를 함께 보내는 직원도 상당수”라며 “직원들이 걱정 없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 내부 모습 [HD현대 제공]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 내부 모습 [HD현대 제공]

HD현대의 출산·육아 지원 정책은 그뿐만이 아니다. 일단 드림보트를 이용하기 어려운 직원에게는 유치원 교육비를 지원한다. 초교 입학 전 3년간 자녀 1인당 연간 600만원, 최대 1800만원 규모다.

또한 법정 출산휴가인 90일 외에 별도로 특별 출산휴가를 1개월 더 부여하고 있고 법정 육아휴직과 별개로 만 6~8세 자녀가 있는 직원을 위한 최대 6개월의 자녀 돌봄 휴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임신·출산 때 500만원씩 총 1000만원의 축하금도 주고 있다. 도입 1년여 만에 벌써 17명의 직원이 축하금을 받아 육아용품 구입 등에 요긴하게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지난해 사내 어린이집에 자녀를 등원시키는 여성 직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HD현대 제공]

이러한 출산·육아 지원 강화에는 두 아이의 아빠인 정기선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정 부회장은 일과 가정의 양립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과제라고 보고 있다. HD현대가 지향하는 ‘일하고 싶은 회사’도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조직문화에서 출발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에 출산·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실시하고 있다.

실제 자녀 돌봄 휴직 제도는 정 부회장이 지난해 초 여성 직원과 만나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시기가 가장 어렵다는 이야기에 공감해 만든 지원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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