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내 친러시아 목소리 왜 나왔나…우크라이나 결집 막는 '돈'

등록 2024.03.29 17:49:18

언론사 '유럽의소리' 통해 러 자금 유럽 정치인에 살포

피알라 체코 총리 "정보국이 친러시아 단체 활동 보고"

자금책에 우크라 인사…네덜란드 빌더르스 연루 의혹

[베를린=AP/뉴시스]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 중 일부는 자금 지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지난 1월21일(현지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 국회의사당 앞에서 독일을위한대안(AfD)과 극우주의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휴대전화 불빛을 밝히는 모습. 2024.03.29.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 중 일부는 자금 지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28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국 언론 매체인 유럽의소리(Voice of Europe)와 이를 지지하는 우크라이나 친(親)러시아 정치인 2명을 국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며 매체는 체코에서 더 이상 계속 운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피알라 총리는 "체코에서 러시아 자금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네트워크의 활동을 밝혀낼 수 있었다"라며 "이들의 목적은 러시아 이익을 위해 유럽 국가의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체코 보안정보국(BIS)은 '친러시아 네트워크가 체코와 유럽연합(EU)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보고했다"면서 "이 그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주권, 독립에 반하는 작전과 활동을 EU 영토에서 수행하려고 했다. 이들 활동은 유럽의회(EP)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유럽의목소리는 푸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우크라이나 사업가 빅토르 메드베드추크와 아르템 마르체우스키의 지원을 업고 이 같은 행각을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시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28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국 언론 매체인 유럽의소리(Voice of Europe)와 이를 지지하는 우크라이나 친(親)러시아 정치인 2명을 국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며 매체는 체코에서 더 이상 계속 운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피알라 총리 SNS 갈무리) 2024.03.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메드베드추크는 지난해까지 우크라이나 베르호우나 라다(의회) 의원을 맡았고, 과거에는 대통령실장을 맡은 유력 인사다. 체코 정부는 그가 은밀하게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이 후원해 운영한 유럽의 소리가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폴란드, 헝가리 등 최소 6개국에 걸쳐 정치인에게 자금을 살포하고 친러시아 목소리를 내도록 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유럽 정치인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급여를 받는 탓에 러시아에 우호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는 것이다.

독일 매체 슈피겔에 따르면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모임을 하고 이들 정치인에게 수십만 유로에 달하는 현금과 암호화폐가 전달한 것으로 추측된다.

구체적인 유착 정치인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유럽의소리가 인터뷰한 극우 성향 유럽 정치인이 이번 사건과 연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헤이그=AP/뉴시스] 우크라이나 안팎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옹호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 중 일부는 자금 지원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PVV) 대표가 2017년 2월16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2024.03.29.

2017년 창간한 유럽의소리 첫 인터뷰 대상은 헤이르트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PVV) 대표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그는 자신이 집권하면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약속한 바 있다.

네덜란드 의회는 지난해 11월 총선거에 러시아 자금 유입이 미친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네덜란드 종합정보보안국(AVID)에 정보 보고서 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특히 총선에서 1당을 차지한 PVV와 빌더르스 대표와 러시아의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점쳐진다. 그는 자신은 러시아 자금을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사건과 관련한)자세한 정보를 기대하지는 말라"면서도 "민주적 절차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독일을위한대안(AfD), 프랑스 국민연합(RN), 벨기에 플람스의 이익(VB) 등도 유럽의소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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