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6강 대진표가 모두 확정됐다. 서울 SK는 3월 2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 경기에서 82대 62로 승리했다. SK는 5위 부산 KCC와 승차를 2.5경기로 벌리며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4위를 확정짓고 6강 홈어드밴티지를 확보했다. LG는 11연승이 중단되었지만 이미 2위기 확정된 상태라 힘을 빼며 무리하지 않았다.
 
프로농구 정규리그가 오는 31일을 끝으로 종료되는 가운데 아직 팀당 1-2경기씩 일정이 남아있지만 10개 구단의 순위는 모두 정해졌다. 정규리그 우승팀인 1위 원주 DB와 2위 창원 LG가 나란히 4강직행 티켓을 확보했다. 6강 플레이오프는 3위 수원 KT와 6위 울산 현대모비스, 4위 SK와 5위 KCC의 대결로 압축됐다.
 
눈길을 모으는 것은 두 '슈퍼팀'의 때이른 만남이다. SK와 KCC는 올시즌 막강한 전력을 구축하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바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팀 SK는 자밀 워니와 김선형이 건재한 가운데, 디펜딩챔피언 정관장으로부터 국내 최고의 토종빅맨 오세근을 FA로 영입하며 초호화 라인업을 꾸렸다. KCC 역시 SK에서 FA로 풀린 최준용을 영입했고 송교창이 전역하며 기존의 이승현-허웅-라건아과 함께 주전 멤버 전원이 국가대표 출신에 MVP 경력자만 4명인 역대급 라인업이 탄생했다.
 
에이컨리그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두 팀은 우승을 놓고 다툴 가장 유력한 후보이자 라이벌로 주목받았다. 최준용은 KCC 입단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붙잡지 않은 전 소속팀 SK를 '노인즈'라고 지칭하며 도발하는 것으로 선전포고를 날렸다. 이에 전 동료인 김선형은 드라마 대사를 빗대어 "언제까지 어려? 내년에도 어려?"라고 받아치는 등 라이벌 구도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에 들어서자 두 팀의 행보는 영 순탄하지 못했다. 양팀 모두 부상자가 속출하며 시즌 내내 정상적으로 라인업을 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SK는 기대했던 오세근이 급격한 에이징커브 조짐을 드러내며 커리어로우 시즌을 보냈고, 동아시아 슈퍼리그(EASL) 일정을 병행하느라 고령화된 주전들의 체력적 부담이 더 커졌다.
 
SK는 최근 열린 EASL 결승에서도 준우승에 머물며 작년 EASL와 KBL 챔피언결정전을 포함하여 공식대회 3연속 준우승이라는 아쉬운 결과를 기록했다.
 
KCC는 화려한 주전 라인업에 비하여 빈약한 벤치구성과 불안정한 수비력의 기복으로 조직력에 약점을 드러내며 롤러코스터 행보를 거듭했다. 최준용과 송교창이 번갈아 부상을 당하며 최대 장점으로 꼽혔던 더블 빅윙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고, 골밑을 지탱해 온 국가대표 듀오 이승현과 라건아의 하락세도 아쉬웠다.
 
두 팀은 결국 챔피언결정전이 아니라 6강전에서 예상보다 일찍 만나게 됐다. 두 팀은 선수구성을 고려할 때 윈나우에 올인한 팀들이고 플레이오프 진출 정도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쪽이든 6강에서 탈락하는 팀에게 이번 시즌은 실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떼어내기 힘들다.
 
양팀의 올시즌 정규시즌 전적은 1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KCC가 3승 2패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6강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오는 31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먼저 만나 탐색전을 펼친다.
 
외국인 선수 대결은 워니가 건재한 SK의 우위가 예상되지만 국내 선수들의 지원이 변수다. 정규리그에서 부상과 노쇠화로 기대에 못미쳤던 김선형-오세근 등이 플레이오프에서도 살아나지 않는다면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올시즌 SK는 정규시즌 77.3실점만 내주며 LG(77.1실점)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적은 실점만 허용하며 올시즌 최다실점 2위를 기록한 KCC(87.4실점)보다 수비력에서 훨씬 강점이 있다.
 
KCC는 최준용과 송교창이 플레이오프에서 정상적인 복귀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호재다. 전문가들도 빅윙 조합이 모두 정상 가동된다면 정규시즌 순위는 의미가 없다며 KCC가 6강플레이오프의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주목하고 있다. 시즌 막바지에 공격농구로 팀컬러를 변화하며 재정비에 나선 KCC는 최근 허웅과 알리제 존슨이 득점감각이 살아나고 있다는게 고무적이다.
 
KT와 현대모비스의 또다른 6강 대결은 KT의 우위가 예상된다. KT는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올시즌 상대 전적에서 4승 2패로 우위를 점했다.
 
올시즌 유력한 외국인 선수 MVP 후보로 부상한 득점왕 패리스 배스와 가드 허훈의 원투펀치는 KT의 최대 무기다. 다만 두 선수 모두 볼을 오래 소유하는 플레이에 익숙하여 코트에 함께 섰을때의 시너지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플레이오프에서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우석-박무빈 등 세대교체의 중심에 선 젊은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다혈질로 유명한 에이스 게이지 프림의 감정기복이 변수다.
 
4강에 직행한 DB와 LG는 느긋하게 6강플레이오프의 승자를 기다린다. DB는 SK-KCC전의 승자와, LG는 KT-현대모비스전의 승자와 각각 격돌하게 된다.
 
압도적인 성적으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DB는 김주성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2007-08시즌 이후 16년만의 우승을 노린다. DB는 지난 2017-18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프전에서 패하며 통합우승에 실패한 것을 비롯하여 최근 4번의 챔프전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던 아픔을 만회하는 것이 목표다.
 
DB에서만 3회 우승을 달성한 레전드이자 원클럽맨인 김주성 감독은 사령탑으로도 부임 첫해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DB는 올시즌 4강 상대가 유력한 SK에 4승 2패, KCC에는 5승 1패로 모두 우위를 점했다.
 
LG는 플레이오프에서 '2위의 저주'를 끊어내는 게 관건이다. LG는 창단 이래 정규시즌 1위만 1회(2013-14시즌) 차지했지만, 챔프전은 준우승만 두 번 기록했을뿐 아직까지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특히 2위만 올시즌까지 포함하여 벌써 6번째다. 그런데 LG는 이중 2000-01시즌에만 결승에 진출했을뿐, 나머지 4번은 모두 3위팀에게 업셋을 당하며 챔프전조차 오르지못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정통센터 아셈 마레이를 중심으로 한 든든한 높이와 수비 조직력이 LG의 강점이지만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는 것은 단기전에서 약점이 될 수 있다. LG는 4강에서 만날 수 있는 KT와 현대모비스에 모두 4승 2패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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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일정 6강대진표 서울SK 부산K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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