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최재백 기자] 재가열된 식용유를 장기간 섭취하면 신경 퇴행이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열된 식용유를 장기간 섭취하면 신경 퇴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생물학적 화학 학술지(Journal of Biological Chemistry)’에 실렸다.

연구 초록은 미국 생화학 및 분자 생물학 학회(American Society for 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 연례 회의 ‘디스커버 BMB(Discover BMB)’에서 발표됐다.

음식이 잠길 정도의 많은 양의 기름으로 요리하는 디프 프라잉(Deep frying)은 패스트푸드 식당, 길거리 가게, 가정식에 자주 사용되는 요리법이다. 디프 프라잉으로 요리된 음식이 심장 대사 질환과 일부 암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재가열 식용유를 먹는 것이 다불포화 지방산(Polyunsaturated fatty acid, PUFA) 대사와 질병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자료는 많지 않다.

이에 최근 연구팀은 암컷 쥐를 다섯 그룹으로 나누어 30일간 매일 대조군은 일반식을 먹게 했고, 나머지 그룹은 각각 가열되지 않은 참기름·가열되지 않은 해바라기유·재가열된 참기름·재가열된 해바라기유로 만든 음식을 먹게 했다. 이는 디프 프라잉 기름을 재사용해서 만든 음식을 먹는 상황을 재현하기 위한 설계였다.

연구팀은 재가열된 식용유로 만든 음식을 먹은 그룹에서 다른 그룹보다 산화스트레스 및 간 조직 염증이 발견됐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장 손상이 발생해 내독소와 지질다당류 수치가 변했다고 전했다.

이어진 두 번째 실험에서는 새끼 쥐의 신경독성을 촉진하기 위해 글루탐산모노나트륨(Monosodium glutamate, MSG)를 추가해서 첫 번째 실험과 같이 그룹마다 다른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을 먹게 했다.

연구 결과 재가열 식용유로 만든 음식을 먹은 새끼 쥐들은 가열되지 않은 기름으로 만든 음식을 먹은 그룹들이나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신경 손상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재가열 식용유를 섭취한 결과로 간 지질 대사가 영향을 받아 뇌로 전달되는 중요한 오메가3 지방산인 DHA가 감소했으며 이것이 더 높은 수준의 신경 퇴행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은 재가열 식용유로 만든 음식을 먹은 뒤 콜레스테롤,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간 수치(AST 및 ALT), 염증 마커 수치가 증가했고, 간과 대장에 구조적인 손상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추가로 재가열 식용유 섭취는 조직 재생에 치명적인 뇌 영역에 손상을 야기해 신경학적 위험성이 높다고 확인됐다.

기름을 높은 온도로 가열하면 본래의 화학적 구조가 변해서 유익한 항산화 물질은 줄고 트랜스 지방, 아크릴아마이드(Acylamide), 알데하이드(Aldehyde)와 같은 해로운 화합물이 합성된다. 게다가 디프 프라잉처럼 한 번 가열한 기름을 재가열하면 불안정한 형태의 해로운 화합물이 증가하고 건강에 안 좋은 독소가 더 많이 형성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기름을 반복적으로 가열하면 지방산 조성이 변하고 활성 산소 종(Reactive Oxygen Species, ROS)와 같은 지질 산화 물질이 증가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ROS와 생물학적 항산화 물질의 불균형은 뇌 산화스트레스를 유발하여 결국은 신경세포 손상과 신경 퇴행성 질환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더해 그들은 재가열 식용유에 포함된 산화 지방과 최종당화산물(Advanced Glycation Endproduct, AGE)이 신경 퇴행성 질환을 포함한 만성 질환과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들은 재가열 식용유 섭취가 콜레스테롤 및 염증 증가와 관련이 있어 심장 대사 질환과 신경 퇴행성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고 강조했다.

한편, 연구팀은 재가열 식용유가 생리학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간-장-뇌 축을 교란하여 신경 퇴행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체내 독소를 여과 및 해독하는 간은 재가열 식용유에 특히나 취약하다. 재가열 식용유로 인해 간 지질 대사에 문제가 생기면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이 발생하고 ROS-유발 산화스트레스로 인해 간 질환의 진행을 가속될 수 있다. 또 식용유를 재가열할 때 합성되는 산화 지방이 장 미생물(gut microbiota)과 장 투과성에 영향을 끼쳐 장 미생물 불균형(dysbiosis), 염증, 장벽 기능 장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이렇듯이 간-장-뇌 축이 교란되면 대사·면역·내분비적 기전에 따라 신경학적 건강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재가열 식용유 섭취의 해로운 효과를 줄이기 위해 오메가3 지방산·커큐민(curcumin)과 같은 영양보조물질(nutraceuticals)·비타민 E가 풍부한 식사를 추천했다. 또, 항산화 물질, 식이섬유, 폴리페놀이 풍부한 과일·베리·채소·견과류·녹차를 먹어 산화스트레스와 염증을 줄이고 뇌를 보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요리할 때는 다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식용유를 고르고, 낮은 열로 조리하며, 한 번 사용한 기름은 다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향후 연구를 통해 재가열 식용유가 간 지질 대사, 자아 건강, 뇌 건강, 그리고 신경 퇴행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을 이해하고 적절한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